유치원 아이들의 급식비 일부를 시비로 지원하려는 조례가 내가 속해 있는 기획총무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보류되었다. 보류를 확정짓는 방망이가 두드려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나는 울었다. 처음에는 진 것이 분했고, 나중에는 보류에 힘을 실은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했다. 그리고 이런 의회의 속사정을 시민들이 모르는 것이 속상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모르는 건 시민들의 탓인가? 아니다. 정치를 하고 있는 내 탓이다. 반성하고 대책을 세울 대신 눈물이나 흘린 내가 한심했다.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던 중. 어떤 예산을 두고 한 의원이 지적한다. "원칙에 맞지 않고, 형평성에 맞지 않은 예산편성이다." 나는 '정말 그런가…'  생각하는 차였다. 누군가가 말한다. "참고로 그거 *** 국회의원 장인어른이 하시는 일입니다~."

더 이상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없다. 나로서는 *** 국회의원 장인어른이 하시는 일이라고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가만있었지만, 애초 문제제기를 하고 거기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뭔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두려워 통과시켰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랬던 의원들이 유치원 급식비 지원조례가 선심행정이란다.

관변단체 지원예산이 평균 20~30% 증액 편성되었다. 신규사업이 있는지 물었다. 없다 한다. 전국체전 등을 대비해서 각종 봉사할 일이 많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체전 관련 참석자보상예산은 체전준비단 예산에 다 있다. 증액부분을 삭감하자 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왜 승인을 해주어야 하는지 이유도 대지 않고 그냥 통과다.

이랬던 의원들이! 유치원 아이들 급식비를 지원하려는 조례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시장의 선심행정'이란다.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손 치더라도 나는 해도 되고 남은 하면 안 된다는 식이다.

결론은 이렇다. 국회의원은 두렵고, 관변단체는 가깝고, 유치원 아이들은 두렵지도, 가깝지도 않다는 것. 그래서 방법은 하나다. 표에 살고 표에 죽는 정치인에게 유치원 아이들이, 학부모가, 그들의 평가가 두려운 것이라는 걸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 일을 부지런히 할 테다.

보류의 표면적인 이유는 상위법인 학교급식법 제4조 지원 대상에 유치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국 14개 광역시도를 비롯,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 조례에 대해 교육부에 질의를 했고,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제 교육부 회신은 필요 없고, 진주시는 행정기관이니 행안부에 질의하라 한다. 법무계에서는 의안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질의하는 것이 규정에 맞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다시 법제처장에게 질의하라 한다. 이쯤 되면 딴지이다.

강석중, 전병욱, 김충락 의원은 보류에 손을 들고, 필자, 윤선숙, 이갑술 의원은 찬성에 손을 들고, 정대용 의원은 기권했다. 처음 보류 되었을 때 강석중 위원장은 "나는 찬성했는데 다른 사람이 반대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둥 이런 소리는 밖에 나가서 하지 말라"는 입단속을 했다. 시민들은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또는 무책임하게 기권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결론이 났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정치인이 스스로 내린 판단 뒤에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각자가 책임을 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제 시민과 함께 토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