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제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일회성 성과보다는 다음 정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남북정상회담의 제도화,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개최된다.<사진=연합뉴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이 그동안 북핵문제로 정체되어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내부적으로 준비를 해나가도록 하자”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창조적이고 포괄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아프간 피랍사태가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아프간 사태 대처에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안보실 등이 두 가지 일로 힘들고 고생이 많을 텐데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천호선 대변인은 향후 남북정상회담 추진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성에서 열리는 실무접촉 시간은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빠르면 내주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국회보고와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을 거쳐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등 주변 우방국들과의 사전협의 여부에 대해선 “주변국, 관련당사국에 발표 전에 최종적으로 통보를 했으며 미국 측에서도 사전협의 사실을 밝힌 바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에선 기대와 환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장소가 1차에 이어 다시 평양으로 결정된 데 대해 천 대변인은 “정소문제는 우리 정부가 언제 어디서든지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의전, 경호, 교통문제 등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장소 문제는 구애받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간의 관계를 묻자 “남북 양자회담과 4자회담은 기본적으로 별개의 문제”라며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으로서 의미와 필요성이 있는 것이며 4자회담은 여건이 성숙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가 구체화되지 않은 데 대해선 “구체적 의제는 실무협의에서 할 것”이라며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무엇이 될지는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며,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군비통제, 경제협력에서 실질적 성과를 갖도록 노력하자는 발언 속에 의제를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강조한 의미에 대해선 “제도화와 정례화란 말은 차이점은 있으나 큰 맥락에선 같은 뜻”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다음 정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개최시기와 관련해선 “남북관계 현실을 아는 분들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는데 동의한다”면서 “이 시기를 미루면 대선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순간 우리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 상황은 2·13 합의가 진행되는 등 북핵 문제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공고히 해나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 북측과 뒷거래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무엇을 제공하거나 지원하기로 하는, 부정적인 것은 없다”며 “의제와 관련되지 않은 거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