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대토론회”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

          ■ 일시 : 2008. 3. 24(월), 13:30～

          ■ 장소 : 교총회관 2층 대회의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한교육법학회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좋은교육바른정책포럼

【지정토론 1】

‘새 정부의 교육행정제도 개편과 법적과제’에 관한 토론

김 세 진(서욱북부교육청 학무국장)

Ⅰ.들어가는 말

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 분권 관련 교육행정제도 개편의 방향과 취지에 대하여 발제자의 발표를 통해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소위 교육부의 조직 및 기능 축소와 시․도교육청으로의 권한 이양으로 요약될 수 있는 새 정부의 교육행정제도 개편은 오랫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주장되어왔던 바이기도 하므로 이제 올 것이 왔구나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졸속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역작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게 다가오고 있다.

우선 새 정부의 교육 행정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을 보면, 교육인적자원부의 인적자원 개발 기능과 과학기술인력 양성, 기초과학정책과 산업자원부의 산업인력 양성 기능을 일원화 통합하여 단일 기구화하고 있다. 또한 조직․정원, 교원 임용․인사, 교육과정 편성ㆍ운영, 학사운영 및 성적 관리 등 초․중등교육의 자율을 제약하는 다양한 규제를 폐지하거나 지방교육청에 이양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관련 부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중앙 및 지방교육행정체제의 기능을 재정립하여,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정책 개발, 조정, 및 평가 기능을 맡고, 지역교육청에서는 집행과 장학 기능,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책임경영제 정착을 위한 교육인사권․재정권․교육과정결정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와의 연계 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일반자치단체장에게 교육과 학예에 관한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은 보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도 광역단위 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과의 러닝메이트에 의한 직선제라든가, 지역교육청 단위로 교육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은 지나치게 교육을 정치전략화하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화 하는 방향이라는 우려를 들게 한다. 기초단위(시군구)의 교육자치제 실시도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부족하고 시․도간 문화․교육적 격차가 큰 상황에서 지방으로의 무조건적인 권한 이양과 기초단위 교육자치제 실시는 시․도간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 의무교육, 교원 양성과 인사, 보수제도 등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계획과 재정 운영 등 국가 수준의 중핵적 기능은 중앙 교육부처가 담당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범정부적 교육개혁기구를 설치하여 인적자원 개발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단위학교 책임경영을 위한 실질적인 개편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분권과 관련한 관계법의 정비에 대한 법이론적 접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에 맡기기로 하고, 본 토론자는 교육행정제도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단위학교 자율책임경영의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피력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교육과학기술부의 신설내용에 대해

개정법률(법 제24조)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 및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인적자원 개발기능을 강화하며, 기초 과학을 진흥시키기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를 신설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초․중등교육의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하에 기존의 학교정책실을 대폭 축소하였다. 기존의 전문직 분포비율도 일반직에 비해서 10% 남짓했는데 이번 조치로 인하여 전문직 국장은 학교정책국장 1명만 정규직제상에 남게 되어 실질적으로 전문직의 영역은 매우 협소하게 되었다. 중요사안이 있을 때마다 주요 간부회의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결정이 되어 시행되는데 10여명이 넘는 일반직 국장들 틈에서 과연 1명밖에 되지 않는 전문직(장학관)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지 매우 염려스럽다. 물론 일반직들도 학교에 대해서 나름대로 식견이 있겠지만 학교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직들보다는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런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행정조직에서 균형 잡힌 교육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관행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직원들이 승진하면 시․도교육청의 부교육감이나 지방에 있는 국립대학교의 사무국장으로 부임해와 지방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승진의 기회를 가로막았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것도 사실이다. 부교육감의 경우 임용조건이 장학관 또는 관리관(서울, 경기)이나 이사관(일부지역은 부이사관)으로 보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16개 시도의 부교육감을 장학관과 일반직으로 반분하도록 하게 되어 있어서 초기에는 그 비율이 잘 지켜졌다. 그러다 점점 일반직의 비율이 높아져 지금은 16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경기도 제2부교육감만 전문직인 장학관으로 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인사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부 인사에서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은 유감이다. 앞으로 신정부에서 공약한데로 인사의 원칙이 바로 섰으면 한다.

2. 지방교육행정제도 개편론에 대해

□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 이양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과감히 이양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래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교육부의 권한이양에 대비하여 사무관을 팀장으로 하는 ‘분권이양팀’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나 단 한건도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아 분권이양팀에 소속된 직원은 하릴 없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은 해체되고 말았다. 그것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이양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이 신속하게 바뀌어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지 한달 밖에 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법률상으로는 아직도 초․중등교육 및 대학 자율성 제고를 위한 권한 이양 조치 등의 의사 표시가 나타나 있지 않다. 효과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지려면 한시바삐 관련 법령의 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시․도 교육청의 역할과 책임

시․도교육청에서 교육기획 기능, 교육정책 개발 기능,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 기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은 기획과 집행이라는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통하여, 학부모와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지역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교육정책을 개발하는 기능을 구체화해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이 이러한 정책 개발과 집행, 전문적인 장학 지원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지역의회 의원 교육위원 등이 수시로 요구하는 통계 관련 자료를 매번 단위학교로부터 조사․보고받을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통계담당 전담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자주 요구되는 자료 양식을 표준화하고, 인터넷에 필요한 기초 서식을 제공하여 각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자료를 입력하며 이를 자동적으로 집계하여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교육청의 행정업무 인력을 보강하여 교육청 장학사들은 교실수업 개선과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실천적인 교육지원 행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역할과 기능을 보다 전문화해야 할 것이다.

□ 지역교육청 운영

16개 시․도교육청 산하에 182개의 지역교육청이 있다. 저출산 및 학생수와 학교수 감소에 걸맞지 않은 비대한 지역교육청이라고 해서 이를 일괄적으로 없애고 학습지원센터화해야 한다고 인수위원회에서 주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지역교육청이 학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각종 규제, 감독으로 군림하고 있어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에 많은 지장을 주어왔기 때문에 이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인수위원회의 의견도 부분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모든 교육청에 적용되지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서울의 경우 1천만이 넘는 대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교육청이 11개에 불과하다. 지역교육청당 1백만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해 ○○도의 경우 서울의 인구 4분의 1도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16개의 지역교육청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역의 경우 2~3개의 지역교육청을 통폐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교육행정의 효율을 위해서 지금의 지역교육청은 최소한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역교육청의 내부 조직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지역교육청의 경우 1개 지역청의 직원수가 백여명 된다. 그 중에서 전문직인 장학사, 장학관은 20%인 22명 남짓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직이 차지하고 있다. 일반직의 경우 담당주사(구 계장)만 되면 밑에 주사보, 서기 등 2~3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있고 그들은 형식적으로는 업무분장이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업무를 총괄하고 보고나 받는 형편이다.

여기에 비해 20~25년 이상의 교직경력을 가진 장학사들은 밑에 아무런 직원도 없이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리고 공휴일도 없이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서울지역교육청의 직제를 보면(중부교육청 제외) 교육장 밑에 학무국, 관리국이 있고 각 국 밑에 3개과씩 편성되어있는데 학무국 소속인 초․중등과의 장학사들이 교육청 전체 업무의 약 80% 이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직무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조직을 개편하여 학교를 진정으로 지원하는 교육청으로 탈바꿈 시키려면 전문직인 장학사들이 갖가지 잡다한 행정 일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인 일선학교를 전문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장학사들 밑에 일반직들을 배치하여 행정일들을 보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설에 관련된 직원들은 따로 시설관리소를 만들어 운영하도록 하고 관리파트는 관리과 1개만 두어 운영해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왜곡된 학교 자율권에 대한 조정

교원단체 교섭에 의한 단체협약안 내용 중 많은 부분을 교육 관계법령에 근거하여 검토해서 바로잡아야 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 교직원회의가 사실상 의사결정기구화 되어 학교의 중요한 교육 방침을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학교장의 권위가 실추되고 교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자율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교직원회의가 교장 결정권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보조기구로서의 위상으로 명확히 재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장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과 특성화를 위해서 소수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나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기간제 교사의 정원외 채용 등 교원 수급의 융통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행정실 등 일반직에 대한 임용 권한이 교장에게도 부여되어야 소신 있게 학교 경영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교원 성과급제도와 교원 다면평가에 대해서도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추진될 수 있도록 학교의 재량과 자율권의 여지가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장은 고질적인 무능 부적격교사들을 타당한 절차에 의거하여 행정직으로 전직시킬 수 있는 인사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학교장의 경영능력 제고 및 리더십 강화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현재 수준에서도 학교장의 권한 강화가 교장의 독선적 경영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학교 자율경영이 학교장의 자율성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참여와 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에서 학교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향상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이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장의 승진 및 임용제도에 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교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 또는 교장으로서의 잠재능력과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공모 ‘선발’하는 방식 등을 확대 도입하고, 교장에 취임하기 전에 1~2년 정도의 연수기간을 확보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학교자율경영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평가

단위학교 자율경영제는 자율과 동시에 책임을 수반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기관(학교)평가, 교장의 학교경영평가, 교원의 전문성 평가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문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각종 평가를 기획하고 평가도구를 연구 개발하며, 평가요원을 교육 훈련하고, 각종 평가를 관리하는 전담 기구가 마련되어야 단위학교 자율경영제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는 스스로 기획․실천․평가할 수 있는 자율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학교교육계획서와 특성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교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외부에 의한 타율적인 학교평가가 아니라 자체 평가를 통해서 학교경영에 대한 반성과 차년도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적 특성과 교육적 수요 등을 반영하여 중장기 학교발전계획이 공동으로 모색될 수 있도록 활발한 의사소통 기능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만이 단위학교의 책무성과 자율성이 확보되어 학교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