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2008. 3.1부터 서부교육청 관내 서울갈현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는 지방교육행정주사 허의석입니다.

 지난 2009. 1.7. 급성 A형 간염이 발병하여 병마와 싸우던 저희 학교 행정실 차석 이인수선생님이 2009. 3.18. 04:30 폐혈증 쇼크(직접 사인)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지 71일째,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는 12일째만입니다.

 그동안 보내 주신 관심과 성원에 꼭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이선생님을 살려냈어야 했는 데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고인과 가족들이 최선을 다 하였고, 많은 분들이 염려하고 기도하고 소망하여 주셨건만 거기까지가 고인의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인의 병은 발병하자마자 바로 유수한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현대의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몹쓸 병이었나 봅니다.

 고인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2009. 3.20. 부평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하여 한줌의 재로 화장장 뒷산에 뿌려져 비록 세상에 이름 석자 남기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떠났습니다만 오래도록 가슴속에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결혼한 지 1년만에 약관 3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과 혼자가 된 27세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가난하고 연로하신 그의 부모님, 일면식도 없으시면서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찾아 일일이 예를 갖추기 위해 성심을 다하여 주신 새로 부임하신 갈현초 교장 ․ 교감선생님과 오열하던 교직원들, 그리고 빈소와 장지까지 조문하여 주신 시교육청 총무과장님과 서부교육청 관리국장 ․ 관리과장 ․ 재정과장님 및 각 노조위원장님과 간부님들, 보이지 않게 많은 도움을 주신 고마우신 우리 직장 동료여러분들, 과대 기피학교에서 고인의 2년여 기간동안 치열했던 근무와 7평정도에 불과했던 코딱지만한 행정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지는 각종 요구사항들과 사소한 오해와 불협화음들까지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인의 불행을 많은 분들이 친자식과 친동생의 일처럼 안타깝게 생각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외롭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직장내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와 우리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지를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이오나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머리 조아려 감사드리며,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09. 3. 23.

서울갈현초등학교 지방교육행정주사 허의석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