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2003년 7월 경기도교육청 교원단체담당사무관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는 한참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전교조와 NEIS문제로 각을 세우고 대립하고 있던 때였다. 그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전임 교육감이 교원문제로 사임하고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돼 직무를 수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시는 경기도 전교조지부가 경기도교육청을 점거하고 있는 상태여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전교조와의 협상이 마무리된 직후 장학사 한분과 함께 한국노동교육원을 방문했다. 교육 노사관계가 어렵게 전개되는 이유는 노사 양측 모두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자측은 무조건 노동조합을 나쁜 조직으로, 노동조합원들은 사용자는 타도할 대상으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원 노사관계 해결 위해 한국노동교육원 찾아
2003년 당시에는 한국노동교육원법상 민간 회사만이 노동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공무원들에 대한 노동교육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2004년부터 합법적으로 노동교육을 받게 된 이래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자체 직무연수과정의 대부분에 노동에 대한 기초 교육을 포함하게 됐다. 현재까지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노동교육원에서 교장·교감·장학사·행정실장·교원·일반직공무원(기능직 포함)·민간인(비정규직 포함) 등 연인원 3만 여명 이상을 교육시켰다.
경기도교육청은 정규교원 9만5천명, 일반직공무원 1만2천명, 기간제교원과 민간인 3만5천여명 등 약 15만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방대한 조직이다. 2천100여개의 학교와 200만여명 이상의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는 교육시스템을 가진 조직에서 커다란 노사갈등 없이 조직이 원활하게 잘 운영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며 오로지 인적자원에 의해 수출입 등 무역수지에 대체로 의지해서 먹고 살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인력자원을 키워내는 곳은 바로 학교다.
사실 학교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은 대부분 교원, 공무원, 민간인근로자 등의 근로조건이 법정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기업의 노사관계처럼 임금 등 근로조건보다는 교육정책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마찰은 미미한 문제들이나 자존심 문제, 인격적인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것이 많고 노사간의 인식차이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올바르고 중립적인 노동교육만이 이러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이 되었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경기도교육청 2004년부터 3만명 노동교육
1986년 이래 학교 현장이 노사관계의 갈등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해서 200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갈등이 표면화됐다. 2003년과 2004년 당시 교원단체 담당 팀에도 학교현장의 노사관계 문제와 관련된 문의전화와 민원전화가 하루 40~50건씩 걸려 와서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전화민원과 문의가 줄기 시작하면서 2008년 현재에는 거의 하루 한 두건 정도의 문의전화가 온다고 한다.
이것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5년간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의 거의 대부분을 한국노동교육원을 통해 교육을 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노동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 사용자의 입장이 그렇구나. 아, 직원들의 입장이 이렇구나. 노조의 입장이 이렇구나.’하고 상대측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한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고 상대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마인드가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육 현장이야말로 올바른 노사관계가 정립돼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우리국민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교육현장의 노사관게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노동교육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