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임금 지급, '무노동무임금' 적용 안 돼
국회입법조사처, 전임자임금 완전금지 주장 비판 … 임금지급 해도
부당노동행위 처벌 어려워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고 봉급을 받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지난 1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조항이 1997년에 법제화됐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13년간 유예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위배되며 놀고먹는 노동귀족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9월22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한나라당과 노동부·재계가 노조전임자 임금을 얘기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시켰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25일 “다른 맥락”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전임자 급여 지급의 부당성을 도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나 부당노동행위제도를 통해 전임자임금 지급을 규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묻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이렇게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노조전임자 임금을 주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라는 현행 법 조항에 대해서도 “모두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임자임금, 무노 무임과 맥락 달라=입법조사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전임자임금 문제는 맥락이 다소 다른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동안 판례와 학설로 볼 때 전임자는 휴직 중인 노동자와 유사해
전임자 ‘급여’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전임자임금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 이후에도
지급될 수 있다고 봤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노무제공을 하지 않았을 경우 원칙적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고용계약상 법리지만 전임자임금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에 제공되는 편의의 일부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전임자급여 지급의 부당성을 도출하기는 힘들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결론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도 재계가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는 주장도 폈다. 입법조사처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 온 이유는 경영계가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그 논거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원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영계의 이런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관련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입법조사처는 전임자임금의 핵심쟁점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와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자치적으로 결정할 문제인지라고 주장했다.
◇통념 넘을 때만 부당노동행위=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노조의 자주성을 해칠 구체적인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 급여지급이 금지되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다소 중립적인 견해”라고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되지 않고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전임자임금 지급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다. 근거로는
사법연수원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교재를 인용했다.
입법조사처는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부터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급여지급 수준과 대상에 따라 부당노동행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임자나 노조 대표자의 숫자가 사회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 범위 이내의 숫자인지 △지급되는 금액이나 유급으로 인정되는 근로면제시간(타임오프)이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인지 여부가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입법조사처는 기준을 넘었을 때는 단체교섭을 통해
획득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조 대표자가 조합원의 이익을 양보하는 대가로 전임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을 초래하거나 그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과도한 급여와 혜택을 지급받고 있다”며 “노조의 자주성·민주성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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