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줄이면서 '정권의 나팔수'만 늘리는가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성명>
예산낭비, 낙하산 인사, '민간 부대변인제' 적극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를 꼽는다면 바로
'일관성(一貫性)'이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이곳에서의 행동과 저곳에서의 행동이 또한 다르다.
한쪽에서는
녹색성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다른 한 쪽에서는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각한 '기억상실증'이다. 이런 정권이
초래하는 것은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뿐이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민간 부대변인제 역시, 그 동안 이 정권이 내뱉은 말과
행동과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환자 정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국정홍보처'가 '정권홍보'를 위한 예산낭비라고 비난하더니
이제는 '민간 부대변인'이라는 '홍보요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는 상황은 마치 한편의 희극이요, '남이 하면 불륜,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세간의
말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이 정부가 정부조직을 축소하고, 공무원을 감축하면서, 급기야는 공무원의 봉급까지 삭감하려는 그
정부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3∼4급에 이르는 고위직을 대거 신설하겠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가의 손발이 되어 묵묵히 일을 하는 말단 공무원에게는 감원과 감봉을 강요하면서, 정권의 입과 혀가 될 고위직 공무원을 새로
뽑겠다는 것은 국가기관을 '입만 살은' 기형적인 존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일하는 공무원을 줄이면서, 무엇을
홍보하고, 무엇을 소통하겠다는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나아가 '언론인' 출신을 중심으로 선발하겠다는 발표 외에는 '민간 부대변인'을
선정하는 원칙과 기준도 불분명하다.
이런 사실은 이 정책이 '언론 장악 음모'의 연장선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측근들로
이루어진 '낙하산 부대'를 위한 '자리 만들기'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결국 말단 공무원에게 감원과 감봉을 강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예산을 퍼부어 언론을 장악하고,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측근들을 위해서는 새로 자리를 만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행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지, 몇몇 언론 출신 인사가 국민의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비웃음과 불신만을 부를 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정권의 나팔수'를 양성하는데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와 공공사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일하는 공무원'을 확충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과 신뢰는 '입'이 아닌 '손과 발'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2009년 3월 17일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끝)
출처 :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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