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희생된 32명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지난 1999년 4월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두 학생이 9백여 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한 명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과 흡사하다.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영화화한 <볼링 포 콜롬바인>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총기 살인 사건 발생 국가일까’ 하고 되묻는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미국의 폭력을 말하는 영화다. 미국 국경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국경 밖에서 벌이는 폭력 둘 다를 말한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 사회에서 진정한 폭력의 원천은 전쟁과 가난이라고 꼬집는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폭력과 야만으로 점철됐다. 미군의 이라크 침략으로 60만이 넘는 이라크 사람들이 희생당하였다.(이 수치는 영국 의료단체 ‘랜싯’의 통계이다.) 미군 병사 또한 2천3백여명이 죽었다. 부시는 이라크의 위기를 이란 확전을 통해 탈출하려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여전히 억압당하고 있다. 부시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 해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무기 판매와 함께한 미국 인종 차별의 역사, 미디어가 조장하는 공포의 문화도 소개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포를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상인들(무기판매상, 언론, 기업, 정치인)의 정점에는 부시가 있다고 얘기한다. 부시는  “지금은 국가 안보가 최우선” 이라며 대테러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시의 대테러 전쟁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작년 메이데이 때, 미국 이주자들 2백여만명은 새 이민법 제정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미국 역사상 단연 최대 규모였다. 조지 부시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주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미국민의 15% 이상인 4,200만명을 넘는다.

한국계 이주민 청년에 의해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미국 사회의 폭력과 소외가 낳은 비극이다. 가난한 한국민이 아메리카 드림을 쫓아 미국 사회에 정착했지만, 그들의 삶은 고단한 것이었다. 두 자식의 성공을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지 못한 조승희라는 청년은, 세상과 부자에 대한 증오를 키워갔고 이 사건을 낳았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경종을 울린다. 폭력과 소외가 만연된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10명의 희생자를 낳은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사건은 잊혀져가고 있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은 여전하다. 결혼 가정의 10%는 국제 결혼이다. 몇년 후에는 농촌 학교의 25% 학생들이 혼혈인이다.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에 대해 관용이 있는지 되묻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시의 침략 전쟁에 동참하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레바논에 특전사를 파견하는 노무현의 파병은 철회되어야 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가난과 소외를 더욱 만연시킬 뿐이다.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