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10일째 단식노상농성 중인 정진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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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정책 전면전환과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단식농성" 중인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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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이 ‘일제고사 폐지와 이명박 교육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하며 10일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노상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식노상농성 10일째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점차 굵은 빗발로 이어졌다.
오후 내 내린 비를 감안해 농성 중인 정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인근 청운동 사무소 앞, 숙소로 사용하는 승합차로 향했지만 ‘비를 피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정 위원장은 청와대 앞 분수대 벤치에서 위아래 노란색 우의를 입고 큰 우산을 든 채로 비를
맞으며 앉아있었다. 날씨에 상관없이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는 노상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노상 생활이 만만치 않은 추운
날씨에 곡기마저 끊고 비를 맞으며 앉아 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한기는 옷 속을 파고들었다.
정
위원장은 감기에 걸려있었다. 계속해서 따뜻한 감잎차를 마시며 체온조절을 하고 있었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감기에 걸려 오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 단식 중이니, 물론 감기약을 먹을 수도 없었다.
‘언제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정 위원장은
“무기한”이라고 못 박았다. 단식농성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1년, 거꾸로만 가는 교육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긴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와 전교조의 결의를 다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을 한바탕 소용돌이로 몰고 갔던 ‘일제고사’를 저지하려는
의지는 확고했다. 정 위원장은 일제고사 파문에 대해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졌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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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에서 단식노상농성 중인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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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일제고사와 관련한 전교조의 우려는 예언처럼 정확하게 적중했다. 전국 학교의 서열화와 고교등급제로 악용, 성적을
높이기 위한 부정적인 방법의 성행, 그리고 사교육 열풍이 그것이다. 대대적으로 보도된 “전북 임실의 기적”은 성적조작에 의한 해프닝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전교조는 “학습부진학생과 교육격차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채 160억이라는 과도한 교육예산만 낭비하는 일제고사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일까. 정진후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난달 25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반대여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조사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1년 교육정책을 “잘못했다”는 평가는
69.1%(잘했다. 19.7%)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일제고사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가 57.2%로 “찬성한다” 38.8%에 비해 월등이
높았다.
실제로 이미 시행착오를 겪은 여러 나라들은 일제고사를 폐지하거나 전면 전환을 선언하고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전교조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학부모가 시험참가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시험면제를 보장해주고, 학교별 지역별,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되어있다. 영국은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해 일제고사를 폐지하거나, 중학생 이상의 일제고사와 학교순위표를 폐지하고, 초등학생 4학년만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은 사립학교 50%가 시험을 거부하고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고사는 당초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교육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교육당국과 학교가 나서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일부 학생들을 시험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드러나는 등 파문만 확산됐다. 교육당국이 결과에 따라 행정, 재정,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 결과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권을 알려주고 허락한 교사 12명만 해고되어 학생과 학부모, 학교현장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 전교조는
교육기본법 제12조와 제13조를 근거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전교조의 지적처럼
일제고사의 폐해를 우려하는 모든 세력들이 결집하는 양태다. 야3당과 5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시행
전면 중지’와 ‘일제고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사퇴’, ‘일제고사 거부로 인해 해직된 교사들의 복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파문을 수습하기 급급한 나머지 오는 10일로 예정된 일제고사를 31일 지역 교육청별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자체적인 진단평가를 오는 20일까지 실시하며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평가에는 교과 학습 외에
학생들의 생활, 적성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며 연극과 글쓰기, 집단상담, 미술치료 등이 활용된다.
3월초 새로운 학생과
선생님, 학교를 만나는 교육현장의 즐거움은 교육당국의 ‘헛발질’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진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결국
공교육을 파괴하고 사교육 열풍만 불러와 내수 진작에 기여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전교조가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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