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법원…공무원노조 “법관 독립 침해” 사퇴 촉구
ㆍ대법원, 지난달 배당의혹 조사 부실
논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e메일이 알려진 5일 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사법부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터져나왔다. 대법원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e메일 중 ‘통상적인 방법으로 종국하여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고 한 대목의 의미가 궁금하다”며 “지금까지 집시법 위반 사범들에 대해 유죄를 내려왔던 그대로 판결을 내리라는 사실상 재판
간섭”이라고 밝혔다. 한 평판사는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법관들의
근무 평정을 매기는 법원장의 주문은 판사들에겐 재판에 대한 압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권에 의한 사법권 간섭의 흐름 속에서 외압에 의해 법관의 독립이 침해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법관의
서열식 승진구조와 법원장에 의한 근무평정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사법관료화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당혹감 속에 사태
진화에 나섰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김용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책임자로 해 판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조속하고 철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신 대법관의 동의를 얻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e메일 원문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전원의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현직 대법관이 대법원 차원의 조사를 받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법관이
징계를 받은 전례도 없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사위 보고를 앞두고 ‘촛불 재판 몰아주기 배당’ 의혹을 조사했으나
이를 밝혀내지 못해 부실조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대법관은 이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흠기자 heum3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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