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액인건비제 시행을 중단하라 -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부터 16개 시도 교육청에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할 것을 밝히고 있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최근 지방교육 행정기관에 총액인건비제를 시범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총액인건비제란 인건비 총액 한도 내에서 직급별 인원 및 보수의 조정, 기구 설치 등을 자치단체장이 권한으로 결정하게 하는 제도다. 시도 교육청의 경우 지금까지는 교과부가 직접 각 교육청의 정원 규모, 기구 및 조직의 설치ㆍ변경 사항 등을 관리해 왔으나 총액인건비제가 도입되면 교과부는 인건비 총액만 교부하고 그 안에서 교육감이 권한으로 정원 및 조직 관리를 하게 된다. 일례로 지금은 대통령령에 시도 교육청의 직급별 정원 비율이 일일이 정해져 있으나 이 기준이 사라지는 것이다. 총액인건비제는 2005~2006년 정부 일부 부처에서 시범 운영된 뒤 2007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확대, 시행되고 있다.(연합뉴스 10월12일자)

총액인건비 절감, 고위직의 쌈짓돈과 비정규직 확대로

서울신문은 총액인건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용역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총액인건비제 적용을 받는 27개 중앙부처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3곳이 이 제도로 절감된 예산을 5급 이상 공무원의 직급을 올리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청 같은 경우 5급 이하에게 지급될 초과근무수당을 절감한 돈을 4급 이상 간부의 복지비로 돌렸”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총액인건비 지침으로 인해 인력 충원이 여의치 않자 앞다퉈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는 편법을 동원, 결과적으로 지방예산 부담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서울신문 8월15일자 사설)

총액인건비 시행과 인건비 절감은 이처럼 하위 공무원들의 정원 감축과 수당 등의 인건비 축소에 비롯하였다. 이것은 고스란히 고위직들의 직급 확대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대를 낳고 있다. 서울신문은 총액인건비제 절감액으로 고위직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늘리라고 잘못된 해법을 주문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 절감으로 고위직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 모두는 하위직 공무원들을 쥐어짜서 행정의 공공성만을 훼손할 뿐이다.

임금 삭감과 상시적 구조조정

내년에 공무원들의 임금이 동결된다. 공무원들의 실질 임금은 이에 따라 지속해서 삭감하게 되었다. 2008년 10월 현재 공무원의 보수는 100인 이상 민간 중견기업의 89.0% 수준이다. 이는 2007년 89.7%에 비해 격차가 0.7% 포인트 낮아진 결과이다.(“공무원 임금 관련 각종 통계”,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6월23일)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생활물가지수는 4.9퍼센트, 4.1퍼센트, 3.1퍼센트, 3.1퍼센트, 5.4퍼센트씩 올랐지만, 공무원 임금은 3.9퍼센트, 1.3퍼센트, 2.0퍼센트, 2.5퍼센트, 2.5퍼센트 인상에 그쳤다. 공무원들의 임금은 2004년 이후 누적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이 약 9.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공무원 임금 삭감뿐만 아니다. 올해 공무원 정원이 5% 감축되었다. 정부는 추가로 공무원 정원 감축시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기관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교육청 정원 축소는 학교시설관리 기업위탁 등으로 교육공공부문에 교육 시장화를 부추기고 있다. ‘2003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 1000명당 교직원수는 50.0명으로 OECD 평균 99.5명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학교 행정 서비스는 공무원 정원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다.

공무원 구조조정은 교육기관에 저질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이 입법 발의한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안’은 교원 업무 감축을 위해 학교 비정규직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더 좋은 수업을 위해 수업 준비 시간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교원의 행정 업무를 감축하는 방안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업무에 필요한 정규직(공무원)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다. 입법 발의안은 기존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도 불안하게 하면서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것이다.

총액인건비제는 공무원들의 임금 삭감과 상시적 구조조정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

MB정부의 서민 흉내 내기, 재정 적자 책임을 전가하기

이명박 정부는 서민 ‘행보’를 홍보하기 위해 각 학급에 “친(親)서민 교육정책에 대한 안내”라는 가정통신문(안)을 발송했다. 이 통신문에는 “모두를 배려하는 교육, 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이라고 거짓말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입시 경쟁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간 적대를 강화하였고 교육재정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학원과 교육기업들의 배를 불리게 하고 사교육비를 증대시키며 서민 자녀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었다.

2010년 교육예산은 지난 추경대비 1조 4천억원이 줄어든 37조 8천억원만 배정되어 2009년 본예산에 대비해 1.2%나 삭감되었다. 또한 부자감세의 영향으로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예산 32조 6,511억원에서 내년도에는 30조 4,188억원으로 최대 2조 2,323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최대 4,228억(경기)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예산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이 축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4대강죽이기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9월30일)

정부는 교육 재정 축소의 책임을 교육기관 공무원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지방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은 교사와 교직원들의 인건비이다. OECD 국가들의 교육재정 지출 항목을 보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높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 부자들을 위한 감세는 대규모 세수 부족을 낳았고 4대강 삽질에 필요한 예산 30조원은 복지와 교육 예산 축소를 낳았다. 정부는 교육 예산 축소의 책임을 고스란히 교육기관 교직원들과 서민들에게 돌려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교육 가정통신문에서 “교육비는 더 줄여주고 배려하는 마음은 더 키우겠습니다”는 교육 모토가 있다. 그런데 이 문구가 교육기관 공무원들에게는 ‘인건비는 더 줄여주고 구조조정 하는 마음은 더 키우겠습니다’로 들린다.

- 총액인건비제는 공무원 임금 삭감과 상시적 구조조정, 노동강도 강화의 압력이다.

- 총액인건비제는 교육 재정 축소의 책임을 교육기관 교직원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이다.

- 총액인건비제와 교육시장화로 교육기관 비정규직을 확충하지 말라.

- 정부는 1% 부자와 기업주들에게 더 많이 증세하고 4대강 사업을 중단하여 교육과 복지 예산을 대폭 확충하라.

- 총액인건비제 시행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