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단협 개정’ 조직적
개입
ㆍ본지, 부처 소속 297곳 대상 ‘매월 점검보고 지침’
입수
ㆍ“노동3권 침해”… 기관장 평가 반영 사실상 ‘개정’ 강제
공무원 노조 ‘통합 방해’ 규탄 주요 공무원노조 및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공무원노조 통합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투표방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기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정부 각 부처에 소속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가 개별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소속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과정에 개입하고 있음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조의
대정부 교섭 요구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1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재정부의 ‘소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개정 현황 모니터링
계획’에 따르면 재정부는 이달부터 전체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 점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부는 “각 부처는 소관
공공기관의 단협 개정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매월말 기준으로 다음달 3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라”며 “소관 공공기관 단협 개정 등과 관련해
법률적 자문 또는 문의가 있는 경우 노동부로 문의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보낸 ‘소관 공공기관 단체협약 개정 현황 모니터링 계획’ 공문. 공공기관별로 단체협약 개정
상황을 점검해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부처 소속 공공기관은 국토해양부 산하 철도공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297개 기관이다.
재정부는 문건에서 점검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토록 했으며 우선 부처별 소관 공공기관 중 단체협약이 체결된 기관은 몇 곳인지 파악토록 했다. 단체협약을 보유한 기관의 경우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단협을 개정한 기관과 금년말까지 개정이 가능한 기관 현황도 각각 파악토록 지시했다.
단체협약을 개정한 기관은
‘인사·경영권’ ‘노조활동 관련’ ‘임금·복리·후생’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등의 항목에서 개정을 전후로 달라진 내용을 파악해 보고토록 했다.
특히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기관은 기존 단체협약의 주요 독소조항을 파악토록 했다.
공문은 이달 초 업무연락 형식으로 각 부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정부가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나 전 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정부의 이번 점검 계획은 공공기관의 기존 단체협약 개정을 강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관장 평가 점수 중 20%를 단체협약 개정 등 노사관계 선진화 항목에 배점키로 했다.
올 들어
노동연구원·예금보험공사·해양수산개발원·직업능력개발원 등 주요 공공기관에서 단체협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소속 김진 변호사는 “정부의 단체협약 개정 개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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