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붕괴와 교육 재정
<조선일보>의 '학교가 가난하다' 시리즈를 보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기관본부 서울교육청지부(준) 조합원
solidarity21c@daum.net
학교 교육 시설이 엉망이다. 입시 지옥으로 공교육이 붕괴할 뿐만 아니라 교실 그 자체가 붕괴할 지경이다. <조선일보>는 학교
교육 시설과 교육 재정에 대한 연재 기사를 싣고 있다. 이 글은 <조선일보>의 현실 이해와 대안을 곱씹어 본 것이다.(이 글의 상당
부분은 전교조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교실 붕괴, 가난한 부모와 상처받는 아이들
비 새는 교실이 많다. 옥상 바닥에 방수 처리도 안됐고 건물의 균열로 빗물이 스며든다. 컨테이너 도서실에 책은 없다. 냄새나는 화장실은
많은 데 보수할 비용이 없다. 아이들이 남녀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좌변기 화장실 위로 천장까지 칸막이가 없어 옆에 있는 화장실을
훔쳐보게 만든다. 여름엔 찜질방이 되고 겨울에는 냉장고가 되는 교실도 많다. 여기에 석유 난로 냄새로 아이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전기요금이
비싸 난방을 중단한다. 컴퓨터가 없어 집에서 숙제를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학교에서 컴퓨터를 맘놓고 사용할 컴퓨터가 부족하다. 아이들이
학교 시설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겨우 전체 32%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굶고 있다. 학부모들은 매달 3~4만원의 급식비를 지출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생의 총급식비 3조1710억원 가운데 정부부담은
고작 7046억원(22.2%)이고 학부모 부담은 2조4442억원(77.1%)이다. 급식비를 낼 형편이 못돼서 학교 급식비를 지원 받는 아이들이
전국에 52만여명 가량이다. 그런데 정부의 통계로도 최저생계비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50만명 가운데 23만여명의 아이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초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학교 급식비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들의 몫이다.
돈이 없어 수업료를 못내는 학생도 많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월 현재 수업료 미납 고교생은 전체 학생
176만명 중 4% 가량인 6만5천435명이고 미납액은 183억6천여만원으로 집계됐다. 돈이 없어 친구들과 수학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방과후 학교'는 1~3학년만 대상이라 4학년 이상은 수업이 끝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난한 부모를 차별하는 현실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왜 교육청은 빚더미에 앉아 있는가
시도 교육청이 발행한 지방교육채는(2002~2005년 합계) 총 2조5367억원이다. 올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3조가 넘는 빚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청의 3조원이 넘는 빚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능과 무책임의 산물이다. 2005년 4월 시도 지자체가 학교용지부담금을 지출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시도 교육청의 부담이 커져 버렸다. 이후 시도 교육청들은 이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수천억원씩
빚을 안게 됐고, 각 학교에 내려보내는 학교운영비도 줄여버린 것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설립을 위해 지불해야 할 토지
매입비용은 무려 1조4천억원이나 지불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서 학교 설립 비용은 학교운영지원비나 학교급식지원비 등에서 충당되게
되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설립에 대한 비용마저 부담하지 않는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정부의 무책임한 교육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직원 인건비가 비싸서 학교운영비가 적은가
올해 책정된 초중고 교육예산은 35조2500억원, 이중 교사 월급 등 인건비로 지출되는 돈이 24조4000억원이고 학교 신설이나 시설 보수
등에 사용하는 시설비가 3조4000억원이며 학교운영비 예산은 2조6500억원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교육비를 GDP의 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일갈하지만
한편으로 교육 예산 가운데 교직원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을 강조하며 학교운영비 축소의 원인을 교직원 인건비에 두고 있다. 과연 한국 교직원들의
인건비가 비싼가.
2004년 기준으로 국공립학교 교원의 초임 연간 급여는 PPP(구매력지수, 2003년도 우리나라 PPP 환율은 784.03원) 환산액으로
초등 2만8천569달러, 중 고교 2만8천449달러로 OECD 평균(초등 2만5천727달러,중학교 2만7천560달러, 고교
2만8천892달러)보다 다소 낮거나 높다. 그런데 교원 1인당 학생수는 유치원 20.8명, 초등 29.1명, 중학 20.4명, 고교 15.9명
등으로 OECD 평균(유치원 14.8명, 초등 16.9명, 중학 13.7명, 고교 12.7명)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우리나라 수업일수는 초
중등 모두 220일로 OECD 평균(초등 187일, 중등 185일)보다 33일, 35일 더 많았다. 결국 콩나물 교실에 장시간 노동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교직원의 인건비가 비싸다는 주장에는 전국에 10만명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 교직원의 인건비를 고려치 않은 것이다. 예컨대 1년
275일을 근무하고 1년차이거나 10년차여도 연봉 9백만원, 1천2백만원(4대보험 포함) 받는 비정규직 교직원들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게다가 교직원 인건비 과다론은 정부가 공무원 구조조정의 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총액인건비제를 부추기는 논리로 확장된다.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를 대립하여 상정할 이유가 없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과학실을 리모델링 한다고 비정규직 과학실 보조교사를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듯 학교 운영비를 교직원 인건비를 쪼개서 충당해야 된다는 주장은 학교 비정규직 직원뿐만 아니라 정규직 교직원의 고용 불안을
야기시킨다.
결국 교직원 인건비 과다론은 교직원들의 노동 강도와 학교 비정규직의 현실을 왜곡하고 부족한 학교운영비의 책임을 교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신자유주의 교육부문 구조조정의 논리이다.
학교발전기금이 학교 교육재정 확충의 대안인가.
<조선일보>는 학교 교육재정 확충의 한 대안으로 학교발전기금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2005년 학교 발전기금을 받은 전국
초중고교는 전국 1만901개교 가운데 61%인 6652개교에 이르지만 발전기금이 학교운영비에 큰 기여는 못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발전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내기가 꺼려진다"고 말하고 기업은 "대학에 지원하면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홍보효과도
있지만 초중고교에 지원해 봐야 해당 학교 학생이 고객이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소극적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학교발전기금이 교육 재정 확충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을까.
2005년 11월 민주노동당 최순영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9월말까지 불법 찬조금 적발건수는 280건, 액수는 42억원으로
04년에 비해 132건, 23억원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불법 찬조금 조성과 부당한 학교발전기금 기부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리의 온상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당연히 학교운영비로 지출되어야 할 시설비와 복지비가 찬조금과 각종 모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전교조가 주장하듯이, 공교육은 국가 책임으로 이루어져야하며 국민들에게 또 다른 이중부담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일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단위학교별 발전기금제도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공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여 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 재정 확충과 민주적 학교 자치
턱없이 부족한 교육 재정에 정부와 교육기관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천만원대 대학 등록금 시대에 정부와 대학 당국은
등록금이 싼 편이라고 거짓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 학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학교 교육비
가운데 민간이 부담하는 비율은 OECE 국가에서 가장 높았다.
국공립대학 학비는 호주(5천289달러), 미국(4천587달러), 일본(3천747달러)에 이어 4위였고, 마찬가지로 사립대학 학비도
미국(1만7천777달러), 호주(1만3천420달러), 터키(9천303달러)에 이어 4위다. 학교교육비 정부 부담률은 4.6%로 OECD 평균에
비해 0.6%포인트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가장 높은 2.9%로 평균(0.7%) 보다 2.2%포인트나 높았다.
한편으로 <조선일보>는 사립학교의 생색내기식 재단 전입금을 모른 척하고 있다. 2005년에 156개 4년제 대학의 운영수입
총액(가집계)은 10조492억원으로 등록금이 7조7천319억원으로 76.9%을 차지하고, 전입금은 고작 9천115억원으로 9.1%에
그쳤다. 게다가 재단 전입금이 없었던 대학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9개교였으나 2005년에는 16개교로 크게 늘어났다.
사립 초중고교도 마찬가지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천681개 사립 초중고교 가운데 2004년 세입 총액에서 법인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에도 못 미치는 학교가 85.4%인 1천432곳에 달했다. 재단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곳이 7.9%인
133개교였고, 재단전입금이 학교 세입의 20%를 넘는 학교는 2.1%인 36곳에 불과했다. 이는 상당수 사학법인들이 학부모의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해 학교를 운영, 국공립학교와 재원조달에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6년 3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초중등교육법개정법률안을 제출하였다. 현행 법안이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을 교사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으로 한정했던 것을 학생과 비정규직, 정규직 교직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 의결기구로 역할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민주적 학교 자치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정부는 교육재정 확충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은 마땅히 지출해야 할 전입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교는 경쟁과 입시로
'인적 자원'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었다. 기업은 교육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더 많은 세금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교육 재정 확충과 교육개혁은
고위 관료와 사립학교 재단, 기업주에 의존하여 쟁취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자치에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교육 부문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 개혁을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한다. 기업주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고 정부의 반교육적 행정에 맞서야 한다. 학생과
교사간 우애를 형성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직원간 연대를 마련하고 교원과 직원간 협력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 교육 노동자들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대중 행동이 교육 재정 확충과 교육 개혁의 진정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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