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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13년 동안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와 관련 '노사관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사활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장석춘 위원장은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수노조를 시행하되 전임자의 임금을 주지 않고, 교섭 창구를 단일화한다면 복수노조를 왜 하느냐. 한 마디로 노조 죽이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식이든지 협의틀 내에서 합의를 이뤄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합의도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차이점은 분명히 있지만 서로가 인내를 가지고 역지사지의 열린 마음으로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다만 장 위원장은 정부안의 강행 가능성에 대해 '비정규직법 논란을 통해 확인했듯이 정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노사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를 거부하고 일방의 패권적 노사관계를 추구한다면 한국노총에게 투쟁을 길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여주기식의 투쟁이 아니라 사회에 강한 파장을 주는 총파업을 벌이겠다. 최대한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서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 위원장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지속 여부에 대해 '정책연대의 핵심은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라며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정책연대 파기를 요구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선택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제3노총의 등장에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는 10%를 두고 어떻게 재편할지보다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도입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1997년 제정됐지만 노사협상을 거쳐 2001년, 2006년, 2009년까지로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하반기에는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가 이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복수노조를 시행하되 전임자 임금을 주지 않고, 교섭 창구를 단일화한다면 복수노조를 왜 하느냐. 복수노조의 의미가 퇴색된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조항 역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전임자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조합원 300명 미만 노조는 사실상 노조활동이 불가능해서 노사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특히 지금 중소기업은 노조 전임자를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한국노총에서 운영하는 지역상담소 등의 트러블 건수를 보면 전임자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고소·고발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임자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은 투쟁을 일삼는 조직이 아니다. 노조는 합리적인 견제기구다. 최정예 멤버가 2%도 안 된다는 것은 절대 높은 수치가 아니다. 노조가 쇠퇴하거나 죽었을 때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복수노조의 과반수 교섭대표제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일안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공익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공익안은 현실적으로 보면 떨어지는 안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우리나라의 전임자 수가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임자수는) 노사 자율로 정해야지 제도적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전임자수가) 과다하다는 것은 대기업 일부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고민하는 대목이다. 회사에서는 전임자 수가 많으면 활동 반경이 넓어지니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전임자 수가 많다는 지적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대두된다면 논의할 수도 있다.'

- 노사정위 상무위원회에서 시행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전망은.

'어떤 식이든지 협의틀 내에서 합의를 이뤄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합의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차이점은 분명히 있지만 서로가 인내를 가지고 역지사지의 열린 마음으로 해야하지 않겠느냐.'

-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거 노조법 시행을 3년 유예하면서 부속 조항에 3년 동안 전임자, 복수노조 교섭 창구 방안을 협의하도록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도 등한시했고, 사용주도 등한시했다. 우리도 그런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때가 되니까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한국노총의 투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면 합리적인 노동운동도 막을 내린다.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떨어지는 악순환 구조 속에서 한국노총은 신뢰나 안정감을 주기 위해 합리적인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자꾸 그런 식으로 한다면 협상 테이블나 대안은 의미가 없다. 우리도 막바지에는 투쟁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한계점에 왔다. 이는 강도가 상당히 셀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보여주기 식의 투쟁이 아니라 사회에 강한 파장을 주는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 책임은 내가 지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대한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서 실효성을 높일 것이다.'

-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강행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다면 결론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정규직법 논란을 통해 확인했듯이 정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노사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를 거부하고 일방의 패권적 노사관계를 추구한다면 한국노총에게 투쟁을 길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관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노총은 사활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내 조직이 망가지는데 합리적 노동운동이 말이 되는가. 극단까지 갈 것이다.'

-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는가.

'간극을 많이 줄였다. 복수노조 전임자나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는 한나라당의 대다수 의원들도 우리 입장을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정부 입법안대로 쉽게 가지 않는다.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는 어떻게 되는가?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는 노동단체와 보수정당이라는 다소 궁합이 맞지 않는 조직의 만남이다. 그만큼 어려운 조건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정책연대를 왜 했겠는가. 소득 없는 투쟁보다는 참여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정책연대의 핵심은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다. 그러니 정책연대의 지속여부는 이 문제의 해결에 여하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정책연대 파기를 요구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얘기는 그 뜻이다. 또 정책연대는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독단으로 깰 수는 없다 하더라도 위원장으로써 리드할 수는 있다. (지속 여부는) 올해 안으로 판가름 난다. 활동 반경을 높여서 최선을 다하고, 정부 임의대로 간다면 아마 파장이 클 것이다.'

-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 민주노총과의 연대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 불신이 많이 쌓여 있다. 그러나 서로 불신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민주노총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비정규직법 논의를 계기로 임성규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인간적인 관계, 정책적인 관계도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야기가 잘 된다.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실무선에서 자주 만난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 복수노조, 전임자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을 공유하기 위해 지역 순회를 하는데.

'조직의 전체적인 투쟁 시나리오에서 이를 공유하고, 실효성을 올릴 수 있도록 16개 시·도본부를 다닌다. 지역 지부와 지역 본부에서 지역구 의원들과 난상토론을 벌일 것이다.'

- 복수노조가 시행될 경우 제3노총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제3노총은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 설립되더라도 활성화되지 않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은 양심을 가지고 해야지 분열하고 난립되서는 절대적으로 조합원과 취약계층을 보호하지 못한다. 이른바 제3노총 세력은 대부분 민주노총의 투쟁노선을 거부하고 탈퇴한 조직이다. 그런데 참여를 통한 대화와 타협노선을 추구하는 한국노총도 아니라면 무엇을 모토로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래서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고 배후세력이 있다고도 말한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10%를 두고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아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노총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세월이 변한다면 한국의 노동 운동은 하나로 가야 한다. 사회 인식구조가 굴곡됐지만 언젠가는 하나로 가야지 정말로 정부나 자본에 대항할 수 있다. 난립하고 쪼개져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운동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 앞으로 한국노총의 투쟁 방향은?

'노동운동도 투쟁을 지향하면서 조합원들만 보고 운동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도태된다. 투쟁이 만연해서도 안 되지만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한국노총은 투쟁을 자제하고,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노동운동에 주력하려고 한다. 정규직보다 못한 비정규직, 소외계층, 신빈곤층을 대변하고 함께가야 노동 운동도 활성화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운동이 무너지면 자본주의도 무너진다. 경제 한 축이 노동운동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마음대로 할 때는 그 뒤에는 인권도 유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노조를 동반자로 생각해야지 배척 대상자로 생각하면 상당히 경제 활성화와 국민 통합에 난해한 점이 많을 것이다. 노동 운동도 국민과 조합원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주는 운동으로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