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교자율화 여론 왜곡…설문내용 찬성 유도
ㆍ설문내용 부작용 거론 않고 찬성 유도…“부정적 여론·자문위 편향
논란 재우기”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자율화 정책’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정책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편향된 설문을 작성해 여론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19일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교장과 교감의 88.9%, 일반교사의 67.2%, 초·중·고 학부모의 62.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이처럼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은 애초에 찬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문이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는 1031명의 설문 대상자들에게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의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 교원인사 등에 관한 핵심적인
자율권을 학교에 직접 부여하는 것이다. 즉 교육수요자 중심으로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학교교육의 역량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찬성과 반대를 선택하게 했다.
학교자율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정책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국·영·수 편중 심화’ ‘학교장의 인사 전횡’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편향된 질문은 ‘자율학교 20% 확대 방침’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복됐다. 교과부는 질문에서 “국가는 농·산·어촌 지역 학교,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교 등 사회적·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학교에 대해 더 많은 재정지원과 학교운영 자율권을 부여해 새로운 학습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지원 대상학교인 마이스터고, 기숙형고, 학력향상 중점 학교 등의 자율학교를 전체 초·중·고의 20%인
2500여개 학교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긍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했다.
자율학교제도를 확대할 경우 학교가
학원화되고 자율학교와 일반고 간의 교육격차가 심화되는 등의 역효과는 소개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는 설문조사는 전문여론조사기관에
맡겼으며 질문은 교과부에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여론조사에서 질문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과부 조사는 설문대상자들이 찬성과 반대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과부가 이 같은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부처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학교자율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자율화 정책을 검토한 정책자문위원회가 친 이명박 대통령 성향의 학자와 수도권 출신 고교 교장 위주로
구성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문을 실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명신 공동회장은 “교과부가 주요
교육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학교자율화 실시에 대한 정부의 다급함이 설문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한 것일 뿐 찬성 여론을 이끌어낼 의도는 없었다”며 “정책의 장단점을 모두 설명하면 질문
내용이 길어져서 여론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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