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설 메시지용 휴대폰 번호 보고하라” …전국 공무원들 온종일 소동
이명박 대통령의 ‘설 맞이 메시지’ 전송을 위해 지방공무원 전원의 휴대전화번호 목록을 단 하루 만에 보고하도록
지시, 전국의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정부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반발하자 “원하지 않으면 안보내도 된다”고
입장을 바꿨으나 “전형적인 전근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20일 오후
지방공무원 전원의 휴대전화 목록을 작성, 이날까지 보고토록 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설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조치”라며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결정된 사항이라 21일까지 전화번호의 목록을 보고토록 했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지시로 지자체들은 전화번호 목록을 작성하느라 혼란을 겪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20일 오후 5시 행안부에서 갑자기 휴대폰
번호를 서식에 맞춰 오늘 낮 12시까지 보고하라고 하는데 1만6000여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번호를 갑자기 작성하는 게 빨리 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천안시 관계자는 “높은 분들의 발상이 전근대적이고,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이미 확보된 전화번호를 그대로
보고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 될 수 있어 별도로 직원들의 동의절차를 밟느라 바빴다. 대전시 공무원노조 서정신 위원장은 “담화문, 이미
확보된 e메일을 이용해도 될텐데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보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휴대전화 번호는 중요한 개인정보인 만큼 동의하는 직원에
한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5개 자치구에 목록을 요청했으나 이날 오후 4시 현재 동구 등 3개구는 목록을 보내지
않았다.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과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윗선에서)어제 오후 결정되면서 급하게 전화번호 목록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향닷컴]
정건조·박용근·윤희일·정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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