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 새도시에 짓고 있는 쓰레기 소각장 굴뚝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을 위협한다는 공군의 지적으로 인근 아파트보다 낮은 지상 58m로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는 555m 높이의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기 위해 서울공항 활주로의 각도까지 바꾼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2007년 1월부터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 바로 옆에 판교 새도시 쓰레기 소각장(판교클린타워)을 짓고 있다. 5월 완공되는 이 소각장 굴뚝에는 전망대 등 시민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이 소각장의 굴뚝이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최소 높이인 70m보다 12m나 낮은 58m로 짓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은 군용항공기지법상 비행안전 2구역이어서 건축물의 높이가 해발 103m 이하로 제한돼 있는데, 이곳 해발 높이가 45m여서 굴뚝의 최대 높이는 58m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굴뚝의 높이는 비행안전 2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주변 동판교 지역의 고층 아파트 높이(해발 108~128m)보다 낮아서 기온이 떨어지거나 기압이 낮은 날에는 소각장에서 나온 수증기와 연기가 주변 아파트 지역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한국토지공사에 굴뚝 시설 보강을 요구했고, 토지공사는 현재 22억원을 추가로 들여 ‘백연(흰 연기) 저감장치’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판교 쓰레기 소각시설 건설 비용은 480억여원이다.

성남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군이 활주로 각도까지 바꿔가면서 재벌이 짓는 초고층 상업건물의 건축을 도와주면서도 정작 시민의 건강이나 생활과 직결된 공공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수십억원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재벌과 일반 시민을 바라보는 정부의 ‘눈높이’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공항 관계자는 “쓰레기 소각장의 굴뚝은 명백히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있으므로 고도 제한에서 예외를 둘 수 없다”며 “이미 2007년 4월 굴뚝 높이 문제를 포함해 판교 새도시 일대 건축물 높이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시는 지난해 6월께부터 분당과 성남 시가지 경계인 중원구 여수동 일대에 전망대와 상징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서울공항 비행안전구역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는 2005년 10월 178억원을 들여 서울공항 인근을 지나는 1.1㎞짜리 탄천변 도로를 개설했으나, 공군은 이 도로 가운데 270m가 비행안전 1구역을 50m 남짓 침범했다는 이유로 2년 동안 폐쇄하도록 하기도 했다. 2001년에 지은 탄천종합운동장 조명탑 설치를 두고도 공군이 서울공항 비행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각도를 바꾸고 밝기를 낮추라고 요구해 성남시가 수용한 바 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