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쉐어링(job sharing)'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이미 10여년전 서구 각국에서 시도했다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부작용만을 초래한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나누기'가 현재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 정부가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나누기'는 근본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1997년 집권한 프랑스 조스팽 정부는 법정노동시간을 무려 10%나 줄였지만, 그에 따른 실업 감소효과는 미미했으며, 오히려 비정규직만 증가되는 부정적인 현상들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산술적으로 노동시간을 10% 단축하면 10%의 고용이 창출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로 사회전체의 소비가 축소되고, 그에 따라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보임에 따라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일자리 나누기'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생산성의 저하와 노동의 양극화 현상을 불러온다.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나누어서 한다면 이는 노동 숙련도의 저하와 책임의 분산을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전문성과 숙련도가 덜 필요한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일 뿐이며,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한 직군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가뜩이나 낮은 임금으로 허덕이는 비전문 노동자들을 반실업자로 전락시킬 뿐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은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물가수준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를 보완할만한 사회복지도 지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그야말로 지금의 봉급수준으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는커녕,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기에도 힘겹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폭등하고 있는 환율이 노동자들의 삶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쥐꼬리만한 봉급을 깎겠다는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임금을 깎아 기존 취업자와 신규 취업자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안정과 부유층에 대한 형평조세, 그리고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장기투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삽질'을 강행하면서, 부동산 살리기에만 열을 올리는 현 정부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경제적 비합리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잡 쉐어링'과 같은 해괴한 정책을 철회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들을 제시해야만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