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하랬다, 신규채용 하랬다…정부 엇박자 정책
ㆍ행안부 “일자리 창출 위해 뽑아라”
변덕
ㆍ지자체 정원 줄어 ‘임용 대기’ 악순환
예고
“구조조정을 하라고 요구할 때는 언제고, 이젠 임용대기자가 수두룩한데
신규채용까지 하라니….”
정부의 ‘엇박자 조직운영’ 정책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새해 인력 운영 계획에 고심하고 있다.
1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 지자체의 조직·인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지자체들은
일부 조직 축소 등을 통해 정원을 줄였고, 이에 따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발령을 기다리고 있던 각 지자체의 임용 대기자들은 발령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행안부는 다시 각 지자체에 공무원 신규 채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이미 임용 대기자가 있는 와중에 새로 공무원을 선발하면 결국 대기자만 늘리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신규인력을 선발해도 정원 감축,
하급직원의 정년 연장에 따라 발령 낼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관계자는 “행안부로부터 ‘포항 같은 큰 도시에서 공무원
수요가 없으면 실업문제 해소가 어려워진다. 지난 10년간 평균 신규임용자의 50%를 채용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초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없었으나 행안부의 독려에 따라 20명의 신규 채용계획을 세웠다”며 “결원이 없는데 새로
뽑게 되면 새로운 대기자만 양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이 공무원을 뽑아 놓고도 발령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충북도는 도 본청과 12개 시·군에서 162명을 신규로 뽑을 계획이다. 하지만 충북엔 지난해 389명의 정원
감축으로 임용 대기자가 이미 364명에 이른다.
충북도 관계자는 “신규채용은 곧 대기자 숫자만 늘릴 뿐”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임용대기자가 34명인 충북 보은군은 올해 12명을 뽑아야 돼 대기자가 4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영동군도 대기자 27명과 신규채용 13명을
합하면 40명이 대기자로 남게 된다.
지난해 103명을 감축해 49명이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대전광역시는 올해 105명을, 충남도는
198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본청과 23개 시·군의 임용 대기자가 644명에 이르지만 올해 214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 대구광역시 등도 마찬가지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는 기존 임용대기자들을 ‘실무 수습’이나 ‘교육’ 등의 이름으로 발령을
내 대기를 해소하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강제로 정원을
감축하면서 한편으로는 신규인력을 채용하라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 때문에 일선에서만 혼란을 겪고 있다”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구조조정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영이·최슬기·백승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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