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야근 수당을 부탁해", 유령 야근에 줄줄새는 혈세
야근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까닭은 '전자결제시스템' 허점
송파구청을 비롯해 서울시내 일부 구청 공무원들이 실제 야근을 하지도 않으면서 근무시간을 조작해 매달 수 십만원에
이르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구청은 근무시간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지문인식기 도입을
감사원과 행정안전부 등 으로부터 수차례 요청받았지만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 밤 9시 송파구청. 몇몇
은 벌써 문이 걸려 잠겼고 환하게
불이 켜진 사무실에는 모두 해봐야 한 두명의 직원만이 남아있다.
이같은 상황은 취재진이 송파구청을 찾은 날마다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들 구청 소속 공무원들은 매달 최대치의 초과 근무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9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A부서의 경우, 야근수당을 최대치로 받기 위해서는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야간근무를 한사람당 적어도 12일씩 해야하고, 이렇게 따지면 적어도 40여명은 매일 사무실에 남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6시 이후 A 부서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한 두명에 불과했지만 모든 팀원들이 근무 최대시간인
60시간 어치의 추가수당을 매달 수령했다.
심지어 공무원들의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사담당 부서에서조차 이 같은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송파구청 감사과 관계자는 "꼭 사무실에서만 야근을 하는게 아니라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시정하겠다, 잘못된 것을 안다”며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어 왔음을 인정했다.
'야근없는 야근수당
챙기기'는 송파구청만의 일이 아니다.
강동구청 A부서 역시 몇 년째 송파구청과 마찬가지로 직급별로 똑같은 금액의 야근수당이 줄줄
새는 상황을 초과근무수당 지급명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송파와 강동을 제외한 다른 구청들은 초과근무수당 지급명세서
에 대해 사생활 침해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감사원도 못막는 공무원 야근수당 챙기기
이들이 야근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이유는
전자결제시스템의 허점 때문.
본인이 직접 신체정보를 입력해야하는 지문인식기와 달리 전자결제시스템 하에서는 컴퓨터
아웃 시간이 퇴근 시간으로 인식되는
탓에 사무실에 남아있던 동료직원이 밤 늦게 대신 컴퓨터를 꺼주는 방법으로 퇴근 시간을 조작해온 것이다.
이같은 허점을 약용해
초과수당 부정수령이 활개치자 행정안전부와 감사원 등이 전자결제시스템을 지문인식기로 교체하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내려보냈다.
하지만 송파를 비롯해
, 마포, 성동, 서초, 강동,
구로구청 등 서울시내 7개의 구청과 관할 주민센터 등지에서는 여전히 조작이 간편한 전자결제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지시가 내려온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대로 이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을 바꾸는데
예산이 필요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바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로구청 관계자 역시 왜 지문인식기를 도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 좀 봐달라, 솔직히 공무원 월급이 얼마 되지도 않지 않느냐”며 시스템을 변경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나마
송파구청은 "점차적으로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각 구청별로 수억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가 ‘야근 없는’ 야근수당 명목으로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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