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치밀해지는 ‘공무원 접대’
ㆍ추적 못하게 골프 가명 부킹
ㆍ룸살롱 술값 당일 계산
금물
컴퓨터 시스템 개발업체 영업부장 ㄱ씨(41)는 골프 약속을 잡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골프를 치는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꺼 놓으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친구들의 이름은 ㄱ씨가 골프접대를 하는 공무원의 가명으로
쓰인다. 공무원들이 그 시간 동안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누구도 확인할 수 없게 하는 장치다. ㄱ씨는 “공무원들에게도 휴대전화를 끈 채 집에 두고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라도 있을지 모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전 행정관 성접대 사건 등으로 공직사회
기강 감찰이 강화되면서 공무원을 접대하는 수법도 한층 치밀해졌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막기 위해 전화기를 집에 두고 오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포폰’을 만들어 빌려주기까지 한다. ㄱ씨는 “아는 외국인들을 통해 외국인 등록증을 이용, 선불폰을 몇 개 만들어 뒀다”고
말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의 중국·동남아 골프접대 때에도 동행 공무원의 수하물 기록이 남지 않도록
배려한다. ㄱ씨는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내 이름으로 골프 가방 여러 개를 부친다”고 말했다.
술접대를 할 때도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신경 쓴다. 서울 강남 룸살롱에 가면 술값을 당일에 계산하지 않는다. 함께 저녁식사를 한 날과 카드 사용일자를 어긋나게 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며칠 뒤에 계산하거나, 수차례로 쪼개 결제한다.
ㄱ씨는 “이런 돈은 하청업체로부터 메울 수밖에 없으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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