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토론회
"공무원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 허용해야"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요청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보장에 있어서는 예외일 수 없다. 공무원은 개인으로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이 집단·연명 또는 단체 명의를 사용해 국가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정책의 수립·집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공무원 복무규정에 신설했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은 법률 제정을 통해 가능하지만 대통령령인 복무규정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9일 오전 김재윤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주최한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공무원은 헌법적 가치 훼손 내지 침해하는 정부조치를 수동적으로 집행하거나 또는 이를 중립적으로 방관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질서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하는 부당 지시는 집행하지 말아야
이 부교수는 “일반 행정공무원은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이나 상급자의 부당한 행정지시를 맹목적으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부당한 행정지시 수행으로 인해 스스로 형법상의 범죄를 범하게 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다치게 되는 경우 이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6일 국가공무원법(59조)에 종교 중립의 의무가 신설됐다. 대통령과 정부의 종교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있던 시기였다. 이 조항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는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종교 차별적인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는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교수는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관련해 유사한 규범이 왜 적용돼서는 안되는 것인지 지극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억압하는 입법례는 일본 외에는 찾아 보기 힘들다”며 “매우 특수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군정 당국이 1945년 이후 일본을 점령한 상태에서 일본에 강요한 공무원법제의 내용이 우리 법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일본 내에서도 그와 같은 법제에 대해 위헌설이 다수 견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표현 자유 제한, 세계적으로도 특수한 사례
이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의 필요성을 근거 짓는 논거들은 결국 공무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행을 요청하는 것들이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논거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영태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제협약과 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국제노동기구 협약은 공무원도 다른 노동자의 경우와 같이 똑같이 결사의 자유를 정상적으로 행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지위와 기능에 따른 의무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유엔·국제노동기구·유엔인권위 등이 규정한 국제협약에서는 특수한 지위나 기능을 담당하는 군인·경찰·고위직 공무원·국가기밀취급자 등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나 사회질서·타인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해친다는 근거가 없을 경우 정치적 자유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음을 분명이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제협약에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제한을 인정하는 군인이나 경찰 또는 고위직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국가가 원할 경우 허용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나라들은 일반공무원보다 교육공무원에게 더 많은 정치적 자유와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며 “교원의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정치적 자유가 학생들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