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사각지대로 악명이 높았던 일선 경찰서 유치장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어 화제다. 유치장이 유명화가들의 벽화로 채워지는가 하면, 삭막한 철창 대신 투명 특수 유리로 단장한 곳도 있다.

▲ 유치장이야? 미술관이야?

서울 강남경찰서 유치장 벽면이 유명화가들의 그림으로 가득 찼다. 2008 북경올림픽 기념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서양화가 서경자(52,여) 씨를 비롯한 소장 미술가 12명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 경찰서를 방문해 유치장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푸른 이상향의 이미지"란 주제로 그려진 이 벽화들은 나무, 들판, 하늘, 바다 등을 환상적인 파스텔 톤 색으로 표현했다.

벽화 그리기를 총괄한 화가 서경자 화백은 "피의자들이 유치장에 있는 시간에 절망감을 느껴지겠지만, 길게 그리고 멀리 보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벽에 이상향의 이미지를 세겨 넣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서 화백은 이어 "평소에 예술에서 소외돼 있는 유치인들이 짧은 기간이지만 예술품을 감상하고 거기서 감화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벽화에 대한 유치인들의 반응도 좋다. 절도 혐의로 유치장에 수감된 이 모(35)씨는 "순간의 욕심을 못 이겨 유치장에 오게 됐지만 푸른 빛의 벽화를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지난 행적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서 이덕휘 수사지원팀장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벽화를 그려준 화가들에게 감사 한다"며 "유치인들뿐만 아니라 유치인을 감시하는 경찰관들의 눈도 확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유치인 인권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경찰청의 협조를 얻어 타 서로 확대할 수 있도록 힘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FBI처럼(?)... 형사과 출입문 교체

강남서가 미술관 분위기로 유치장을 변화시켰다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FBI를 연상시키는 최신식 출입문을 도입해 민원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형사과 철창으로 된 출입문과 '덜컹'하고 철창 열리는 소리가 연상된다. 이런 분위기는 형사과를 출입하게 되는 피의자들뿐만 아니라 피의자 가족이나 피해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일쑤다. 죄지은 사람은 사람이라지만 피해자마저도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송파서는 민원인들의 이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철창으로 된 형사과 출입문을 떼어내고 안이 투명하게 보이는 특수유리문으로 새 단장했다. 출입구 바닥에는 경찰 마크도 달았다. 철문을 개폐할 때 나는 금속성의 소리를 없애고 전자카드식 자동 개폐기를 도입해 보안과 미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송파서 서정두 강력7팀장은 "5년 전부터 피의자의 도주를 막으면서도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 오다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딸의 도움을 받아 강화유리로 된 출입문을 고안해 냈고"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어 "형사과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미국 드라마에서 본 FBI 사무실 같다'고 신기해 한다"며 "분위기가 바뀌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민원인을 상대하는 태도도 친절해 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는 경찰서 유치장과 형사과. 경찰서 외관의 화려한 변신이 일선 경찰관들의 인권의식 향상의 계기가 되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CBS사회부 심훈 기자 simhun@cbs.co.kr